수제 비누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피부에 닿는 제품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누 만들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생활 습관에 가까운 활동이 됩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까?”라는 고민입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MP, CP, 그리고 리배칭 기법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비누 제조 방식의 원리와 차이를 정리하고, 각 기법이 어떤 사람에게 적합한지 실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MP 비누, 녹여 붓는 방식의 특징
MP는 Melt & Pour의 약자로, 말 그대로 비누를 녹여 틀에 붓는 방식입니다. 공장에서 이미 비누화가 완료된 비누 베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 반응을 직접 다루지 않습니다.
전자레인지나 중탕으로 베이스를 녹인 뒤 향료나 색소를 넣고 몰드에 붓기만 하면 됩니다. 굳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 제작 당일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MP 비누의 구조적 원리
MP 베이스는 이미 지방과 알칼리가 반응을 마친 상태입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비누를 만드는 과정보다는 비누를 꾸미는 과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 비누화 과정 없음
- 가성소다 취급 불필요
- 초보자도 실패 확률 낮음
디자인과 활용 사례
MP 비누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인입니다. 투명 베이스를 활용하면 속비누를 넣거나 층을 나눈 비누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체험용으로 만들거나, 짧은 시간 안에 답례품을 준비해야 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주의해야 할 한계점
다만 MP 비누는 베이스의 품질에 따라 보습력과 세정력이 좌우됩니다. 따라서 베이스 비누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천연비누를 만드시거나 구매하실 때 베이스의 성분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MP를 만드실 때 베이스를 너무 오래 고온에 녹이시면 베이스가 타거나 쪼그라들기도 하니 중탕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CP 비누, 저온 숙성 방식의 본질
CP는 Cold Process의 약자로, 저온에서 비누화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올리브유, 코코넛오일 같은 식물성 오일과 가성소다 수용액을 섞어 비누를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비누와 함께 글리세린이 자연스럽게 생성됩니다. 이 성분이 CP 비누가 순하고 촉촉하다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트레이스와 숙성의 의미
오일과 가성소다가 섞이며 걸쭉해지는 순간을 트레이스라고 합니다. 트레이스 이후 비누 틀에 넣고 비누화 반응을 기다립니다. 비누화 과정에서 비누액이 뜨거워지는데 이때 비누액이 천천히 식을 수 있도록 보온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방에서는 보온고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정에서는 모포 등으로 따뜻이 덮어만 주어도 충분합니다. 최소 24시간이 지나 굳은 비누를 꺼내어 적당량으로 커팅합니다.
이후 4~6주간의 건조 숙성 기간을 거치며 알칼리성이 점차 안정화됩니다. 숙성은 단순한 건조가 아니라, 피부 자극을 낮추는 필수 과정입니다.
CP 비누가 선택되는 이유
- 오일 비율을 직접 조절 가능
- 피부 타입별 맞춤 설계 가능
- 보습력과 사용감 조절 가능
예를 들어 건성 피부라면 올리브유와 같은 보습력이 강한 오일의 비중을 높이고, 지성 피부라면 세정력이 강한 오일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습니다. 오일마다 특장점이 있으니 다양한 오일을 사용해서 만들어보는 재미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안전 관리가 중요한 이유
가성소다는 강한 알칼리 물질입니다. 제작 시 반드시 장갑과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하며, 환기가 필수입니다.
이 점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가장 만족도가 높은 방식이 됩니다.
리배칭,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방식
리배칭은 기존 비누를 잘게 썰어 소량의 액체와 함께 녹여 다시 굳히는 방식입니다. 주로 CP 비누를 활용하며 MP비누도 가능하지만, 기법이 다른 비누들을 혼합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리배칭이 활용되는 상황
- CP 비누를 만들었는데 오일배합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너무 무르거나 단단해서 사용이 어렵거나 보습이나 세정력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등)
- 모양이나 무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 CP를 만들 때 넣지 않았던 성분이나 열에 약한 성분을 추가하고 싶을 때
고온의 비누화 반응과 4-6주의 숙성기간을 다시 거치지 않기 때문에, 아로마 오일이나 천연 추출물의 특성을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질감과 사용감의 차이
리배칭 비누는 매끈한 표면보다는 거친 질감을 띱니다. 이 점을 단점으로 느끼는 분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외관을 선호하는 경우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사용감은 일반 CP나 MP보다 훨씬 부드럽고 보습력도 탁월합니다.
세 가지 비누 기법, 어떻게 선택할까
- 안전하고 빠르게 만들고 싶다면 MP
- 피부에 맞춘 비누를 원한다면 CP
- 기존 비누를 활용하고 싶다면 리배칭
아이와 함께 체험용으로 만들 경우에는 MP가 적합합니다. 반대로 민감성 피부를 위한 세안용 비누라면 CP 방식이 유리합니다.
완성된 비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리배칭은 좋은 대안이 됩니다. 실패를 버리지 않고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방식입니다.
또한 리배칭의 경우 CP비누를 좀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마무리 정리
비누 만들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피부와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MP, CP, 리배칭은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며,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기술보다도 내가 왜 비누를 만들고 싶은지를 아는 것입니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기법 선택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