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면 수제비누, 천연비누, 숙성비누, CP 비누, MP 비누 같은 말들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누는 그냥 거품 잘 나고 세정력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는데, 피부가 예민해지고 나서부터는 비누 하나 고르는 것도 꽤 신중해지더군요.
문제는 용어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이름은 다 좋아 보이는데, 막상 뭐가 다른지 모르겠고 가격 차이는 또 왜 이렇게 나는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써보고, 찾아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정리한 수제비누와 천연비누, 그리고 MP 비누와 CP 비누의 차이를 차분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비누 잘 고르는 법”을 외우라는 게 아니라, 내 피부에 맞는 비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수제비누, 천연비누? 용어부터 가볍게 정리
수제 비누란 무엇일까?
수제 비누(Handmade Soap)는 말 그대로 사람이 직접 만든 비누를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 비누와 구분하기 위한 개념이지, 특정한 제조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수제 = 무조건 좋은 비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MP 비누도 수제고, CP 비누도 수제입니다.
- 틀에 직접 붓고 굳혔다면 수제
- 손으로 소량 제작했다면 수제
즉, 수제라는 말은 만드는 주체를 말할 뿐, 품질을 보장해주는 단어는 아닙니다.
천연 비누는 또 뭘까?
천연 비누는 합성 계면활성제 대신 식물성 오일, 천연 분말, 에센셜 오일 등 자연 유래 원료를 사용해 만든 비누를 말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천연 비누는 제조 방식이 아니라 성분 기준이라는 점이죠.
- MP 방식 + 천연 베이스 → 천연 수제 비누
- CP 방식 + 천연 오일 → 천연 수제 비누
그래서 실제로는 “천연 수제 CP 비누”, “천연 MP 비누”처럼 조합해서 이해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수제 비누의 양대 산맥: MP 비누 vs. CP 비누
MP 비누(Melt & Pour)의 정체
MP 비누는 이미 만들어진 비누 베이스를 녹여(Melt) 원하는 성분을 넣고, 틀에 부어(Pour) 굳히는 방식입니다. 처음 수제비누를 접한 분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수제비누 클래스를 들었을 때도 MP 비누부터 만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꽤 재미있었습니다. MP 베이스를 녹이고, 색 넣고, 향 넣고, 모양 잡고… 결과물이 바로 나오니까 성취감이 큽니다.
- 제작 과정이 간단함
- 바로 사용 가능
- 투명 비누, 디자인 비누에 적합
다만 MP 비누의 핵심은 비누 베이스의 성분입니다. 베이스 자체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천연 비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베이스의 성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맹점이지요.
CP 비누(Cold Process)의 정체
CP 비누는 오일과 가성소다를 저온에서 직접 반응시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누화 반응’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굳고 숙성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놀라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가성소다 들어가면 위험한 거 아니야?”라는 질문인데, 숙성이 제대로 끝난 CP 비누에는 가성소다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 제작 후 4~6주 이상 숙성 필요
- 천연 글리세린이 자연 생성
- 오일의 성분이 비교적 잘 보존됨
제가 CP 비누를 처음 써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세안 후 느낌이었습니다. 뽀득하다기보다는 “막을 하나 씌운 느낌”이랄까요. 이게 바로 천연 글리세린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살 수 있는 공산형 비누는 인공 글리세린을 따로 주입해서 만듭니다. 아무래도 비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천연 글리세린이 더 좋겠지요?
MP 비누와 CP 비누의 결정적 차이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MP 비누는 편리함과 디자인, CP 비누는 보습과 피부 친화성에 강점이 있습니다.
- MP 비누: 빠르고 간편, 성분 확인이 관건
- CP 비누: 시간과 정성, 보습력 우수
비누 보관법이 수명을 좌우합니다.
특히 CP 비누는 보관이 정말 중요합니다. 천연 글리세린이 수분을 끌어당겨서 보관만 했을 뿐인데도 여름에는 물방울이 비누 표면에 송글송글 맺히기도 합니다. 사용시 일반 비누받침을 쓰면 금방 물러서 비누죽이 되기도 하고요. 물빠짐이 좋은 비누 받침도 방법이지만 매달아서 쓰는 비누 홀더를 추천합니다.
비누 홀더만 써도 무르지 않고 일반 비누처럼 오래 쓸 수 있어요.
마무리
수제비누, 천연비누, MP 비누, CP 비누.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기준은 꽤 단순합니다.
천연비누라는 이름과 광고문구에 현혹되기 쉽지만 예쁘고 향이 좋은 천연비누는 사실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MP비누의 천연재료는 첨가물 수준의 가루 조금, 에센셜 몇방울이 전부인 경우가 많거든요.
천연비누라는 이름보다는 MP비누인지 CP비누인지 알아보세요.
예쁘고 향이 좋은 비누가 나쁜 건 아닙니다. 눈도 즐겁고 기분도 좋아지잖아요.
다만 거기에 우리가 천연비누에서 바라는 효능 효과는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분좋은 예쁜 비누를 살지, 효과있는 천연비누를 살지를 정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에게도 그런 기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