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KP] 실패의 기록
잘 되었던 것도 기록해두면 좋겠지만 실패했던 것은 더 잘 적어두어야할 것이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테니까.
지난 KP 도전에서 트레이스가 너무 나지 않아서 힘들었던 점과 교반시 되려 물처럼 풀리고 가루진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동일한 레시피로 다시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모과청을 트레이스가 난 이후에 넣는 것으로 했다.
- 교반온도 60도를 맞추고 저어주는 데 역시나 트레이스는 빠르지 않았다. 정제수를 썼기 때문인듯하다. 블렌더 없이 손으로만 젓는데 30분이면 나쁘지 않은 수치인데 그동안 수상을 플로럴워터나 차류를 써서 워낙 트레이스가 빨랐기 때문에 늦게 느껴지는 듯하다.
- 약간의 가루지는 느낌과 자잘한 거품이 많이 생겨서 표면을 덮을 정도였는데, 이건 시어버터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시어버터 50g이면 꽤 비중이 높은 편인데 미국책에서 시어버터를 10~8% 이내로 쓰라고 했던 것이다. 지금껏 1kg에 50g 넣던 것을 500g에 50g 넣었으니 두 배. 그래서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른 한국 책들에서 시어버터 비중에 대해 다룬 것은 없었다. 오히려 많이 넣은 레시피도 있었고. 그래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사실 가루지는 느낌과 자잘한 거품이 정확히 시어버터의 영향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일단 체크.
- 이것이 가장 큰 문제. KP에서 과일청을 써서 알칼리를 중화한다고 했을 때 제일 의문이었던 것은 이 산성이 비누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이다. <비누 베이킹> 책에서는 CP를 만들 때도 과일청을 쓰면 좋다고 했다. 일단 지난번 시도에서는 무사히 비누화가 진행되어 비누가 되었고, 확실히 다른 CP에 비해 PH가 낮긴 했다. 책에서 말하는 과일청 투하 시점은 교반 직후. 합치고, 블렌더 10초쯤 이후 과일청 투하, 다시 섞어서 트레이스. 그래서 저번에는 오일과 가성소다수용액을 합치고 약하게 엉기는 느낌이 들었을 때 바로 모과청을 넣었다.
- 이번에는 좀더 확실히 해보기 위해서 트레이스가 어느정도 진행된 이후에 모과청을 넣었다. 모과청은 진한 갈색인데, 누런색이었던 비누액이 모과청을 넣자, 녹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진한 갈색이 되었다. 색이야 그럴 수 있지만 거품이 더 많이 올라왔고, 진한 갈색의 가루들이 생겼다. 그리고 거품이 너무 많아서 몰랐는데, 틀에 부어보니 기름이 분리된 것이 보였다. 비누화가 풀어진 것이다.
- 예전에 물비누 만들 적에 페이스트 녹이고 알칼리가 너무 강하면 구연산으로 PH를 조절하라고 해서 구연산을 넣었더니 어느 시점에 비누화가 풀어져서 기름이 분리되어버렸었다. 지금 같은 현상이 나타난 걸로 보인다. 그러면 과일청은 교반이 미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 트레이스가 난 이후에 넣으면 절대 안되나? 책에는 그런 경고는 없었는데.
일단 트레이스 이후 과일청(산성)을 넣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일찍 넣으면 되는 것인가.. 조금 의문이다.
다음에 다시 시어버터 줄이고, 정제수로 가성소다수용액을 만들고, 이른 시점에 과일청(지금 모과청밖에 없는데, 이거 때문에 새로 만들거나 구매하기는 좀 꺼려진다.)을 넣는 걸로 해봐야겠다. 굳이 KP를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데까진 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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